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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한을 푼 아스널, 우승의 비결은 '철벽 수비'와 '추한 축구'였다

  • 5월 20일
  • 2분 분량

22년이라는 한 세대에 가까운 기다림 끝에 아스널이 다시 잉글랜드 정상에 우뚝 섰다. 그리고 그 길고 험난한 정상 정복의 여정을 가능케 한 가장 핵심적인 비결로는 단연 '철벽 수비'가 첫손에 꼽힌다.


2025-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까지 마친 20일 기준, 아스널은 단 26골만 허용했다. 리그 18개 팀 가운데 20점대 실점 기록을 유지한 유일한 팀이다. 끝까지 추격해 오던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격차도 무려 7골에 달한다. 게다가 치른 경기의 절반을 훌쩍 넘는 19경기에서 클린 시트를 작성하며 상대 공격진을 그야말로 질식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 견고한 철옹성의 한가운데에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 콤비로 불리는 윌리엄 살리바와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가 있다. 살리바가 임대 생활을 마치고 친정으로 돌아온 2022-23시즌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이들은, 지금까지 무려 공식전 157경기에서 함께 아스널의 최후방을 굳건히 지켜왔다. 이들이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은 경기에서 아스널이 기록한 성적은 326골 득점에 139실점. 공수 양면에서 모두 압도적이었음을 숫자가 증명한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아스널은 '실리 축구'를 통해 톡톡한 재미를 봤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터뜨린 69골 가운데 무려 18골을 코너킥 상황에서 만들어냈는데, 이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코너킥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진기록이었다. 여기에 프리킥 등에서 만들어낸 골까지 모두 더하면 세트피스로만 24골을 작성한 셈인데, 이 또한 2012-13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 세트피스 득점 기록을 새롭게 경신한 수치다.


이러한 세트피스 신화의 뒤에는 니콜라스 조베르 세트피스 전문 코치의 숨은 공이 컸다. 그는 상대 수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그야말로 '현미경 수준'으로 분석해, 아스널의 장신 자원들에게 헤더 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상대 골키퍼의 시야를 어떻게 가릴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한 해법까지 일일이 제시했다.


다만 아스널이 세트피스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것을 두고 잉글랜드 축구계 일각에서는 "추한 축구로 우승하려 한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 출신의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단호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나 역시 아름다운 축구를 펼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런 축구가 보고 싶다면 차라리 다른 나라 리그를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EPL에서는 최근 2~3시즌 동안 그런 형태의 축구는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2019년 아스널 사령탑에 부임한 아르테타 감독은 직전 세 시즌 연속으로 준우승이라는 쓰라린 결과에 만족해야만 했다. 본래 아스널이라는 클럽은 EPL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패스 축구를 구사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팀이었다. 정밀한 패스와 창의적인 연계 플레이로 무패 우승을 이뤘던 2003-04시즌의 강렬한 기억이 클럽의 정체성으로 깊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테타 감독은 아스널이 다시 왕좌의 자리에 오르려면 기존의 이상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조베르 코치와의 협업을 통해 '덜 아름답지만 훨씬 더 결정적인' 세트피스 공격이라는 무기를 완성해냈다.


그의 빛나는 지도력은 비단 전술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선수들의 심리를 관리하는 영역에서도 그는 남다른 안목을 보여줬다. 홈구장 라커룸에서 그라운드로 향하는 터널의 덮개를 과감히 제거해, 팬들의 응원 함성이 선수들의 귀에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되도록 했다. 또 훈련장 벽면에는 "We make history together(우리는 함께 역사를 만든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거듭된 우승 실패라는 무거운 관성을 그렇게 하나씩 씻어 나갔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낸 진정한 구심점은 '1억 파운드의 심장' 데클런 라이스였다. 엄청난 활동량은 물론 정교한 킥 능력까지 두루 갖춘 미드필더 라이스는, 이번 시즌 뛰어난 리더십까지 마음껏 뽐내며 그야말로 우승의 '일등 공신' 자리에 등극했다. 특히 맨시티와의 맞대결에서 패한 직후 "아직 끝난 게 아니야!"라며 동료들을 향해 외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히면서, 팬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안겼다.


아스널 입장에서는 지난 2023년 여름 라이스를 웨스트햄에서 데려오기 위해 잉글랜드 역대 최고 이적료에 해당하는 1억 500만 파운드(약 2,120억 원)를 투자한 과거가 결코 아깝지 않을 터다. 모두가 입을 모아 '비싼 도박'이라 했던 그 결단이, 결국 22년 만에 다시 EPL 챔피언이라는 영광스러운 결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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